8월 11일 새벽 4시 SBS 스포츠에서 생중계 예정이던 EPL 개막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레스터 시티의 경기가 취소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계권료 협상이 제대로 되지 못했고 그간 적자라는 SBS 스포츠는 더 이상 EPL 중계권료를 사기가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아직 협상의 여지가 남아있지만 올해 EPL 중계는 SPO TV에서만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왜 중계권료가 오르는가?
2000년대 중후반부터 세계적으로 TV 시청률이 크게 떨어졌다. 불법 다운로드 혹은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 유튜브 채널의 등장으로 TV를 보지 않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90년대에 비해 많아진 채널과 콘텐츠와 비교해 드라마, 예능의 시청률은 계속해 떨어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볼 수 있는 유튜브, 스트리밍 서비스의 사용자는 크게 늘고 있다는 점에서 방송사의 고민이 시작됐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방송사에서 가장 큰 수익은 스포츠다. 드라마, 예능은 언제 어디서든 소비자가 원할 때 찾아볼 수 있지만 스포츠는 생중계로 봐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월드컵 경기를 생중계로 보고 싶지 누가 녹화방송을 찾아보겠는가? 이 때문에 방송사들은 올림픽, 월드컵 같은 이벤트는 물론 인기 있는 스포츠의 모든 중계권 확보에 사활을 걸었고 매년 중계권료가 급상승하고 있다.
해 마다 오르는 중계권료, 국내는 감당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방송 3사가 러시아 월드컵 중계권료로 사용된 금액은 1,200억 원이다. 이는 남아공 월드컵과 대비해 1.5배나 상승한 금액이다. 정확히 발표되진 않았지만 월드컵 때 방송사마다 적자를 안고 간다는 말이 있다. 국내 시장은 작은데 중계권료가 너무 비싼 탓이다.
전 세계 프로 축구 리그 중계권료만 봐도 중국 5년 계약에 80억 위안(약 1조 3천억 원), 라리가 16/17 시즌 약 1조 6천 원, EPL 16/17시즌 추정치 1조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에 시장을 이루고 있다.
중국, 일본에서의 해외축구 인기는 상당하다. 당연히 중계권료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비교는 어렵다. 분데스리가만 해도 중국, 일본에서 주는 중계권료는 1조 6천억 원이다. 한국 역시 상승하는 중계권료를 맞춰줘야 하는데 적자폭이 커지는 상황이 뻔하기 때문에 중계권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다.
국내는 1차로 SPO TV가 구매 후 SBS나 다른 방송사에 판매하는 형태인데 SBS가 구매하지 않고 다른 방송사 역시 해외축구 중계권을 구매하는데 관심이 없다면 빠르면 내년부터 EPL 중계가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EPL 중계권 태국 3천억 시장! 앞으로 더 오른다!!
2013-16년 EPL 아시아 국가별 중계권료를 보면 태국이 3,533억 원, 한국은 당시 441억 원을 썼다. 이후 일본, 중국 등의 중계권료는 급격히 상승했고 당연히 EPL에서는 한국에서의 중계권료 역시 더 받으려고 하고 있다.
올 시즌이 끝나면 더 높은 중계권료를 요구할 것이다. 현재 EPL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스카이 스포츠, BT 스포츠는 올해 계약이 끝난다. 이에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새로운 중계권 계약을 위해 더 많은 방송국, 스트리밍 업체가 가세할 것이다. 이미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페이스북이 거액으로 사 오려고 준비 중이기 때문에 역대급 중계권료가 나올 가능성이 99.9%다.
유료 스포츠 채널은 시대의 흐름
영국 현지에서 축구를 보는 방송은 4가지 정도의 패키지로 구성되어 있다. 9만 원에서 12만 원이다. 물론 축구방송을 위한 패키지가 아니고 스포츠 채널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구성이다. 한국에서도 SPO TV는 해외 축구의 빅 매치의 경우 유료채널에서 중계하며 월정액 유료로 운영되고 있다.
박지성의 EPL 진출 이후 EPL, 라리가, 분데스리가, 챔스 등의 중계를 무료로 편하게 봐왔지만 앞으로 방송사의 적자로 인해 국내 중계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사실 어떤 나라를 가도 무료로 볼 수 있는 나라는 없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역시 스트리밍 서비스와 같은 형태로 변화가 불가피하다. 해외 사이트나 불법적인 경로로 보는 경우도 많지만 앞으로 스포츠 중계의 유료화는 시대의 흐름으로 봐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