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게임이라고 하면 대부분 그래픽을 중요시 여긴다. 영화 이상의 그래픽으로 무장한 공포물은 여러 히트작을 만들어 냈다.
잔인하게 죽는다거나 좀비가 피 터지는 모습은 그래픽의 발전과 함께 디테일하게 표현되어 왔으니 어찌 보면 그래픽의 발전이 공포 게임을 더욱 발전시키고 있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게이머든 제작자든 더욱 발전된 그래픽으로 공포물을 만나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예외를 만드는 게임사가 있으니 바로 니폰 이치의 하야리가미 시리즈다.

텍스트 공포 어드벤처 신 하야리가미
현실감 넘치는 공포물이 있는 그래픽을 포기한 게임도 몇 가지 있다.
가장 돋보이는 게임은 요마와리: 떠도는 밤, 신 하야리가미와 같이 PS VITA로 한글화 출시한 게임들인데 화려한 연출보다는 텍스트와 사운드만으로 승부를 본다.
블러드 본, 라스트 오브 어스와 같은 영상 없이도 공포물을 즐길 수 있다는데 나름 충격을 받았다.
신 하야리가미는 오로지 일러스트와 사운드만으로 구성돼 있다.
조작이 필요 없는데 텍스트가 많다. 한마디로 공포소설 1권을 읽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전형적인 일본 공포소설과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은데 번역이 잘 돼있다.
'중2병', '궤변' 등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고 전문용어 역시 데이터베이스에서 설명도 쉽게 잘되어 있다.
번역이 엉성한 소설을 볼 때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몰입감은 물론 흥미마저 떨어지는데 번역에 공든 흔적을 여러 군데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상상하게끔 하는 일러스트 컷신 역시 몰입에 큰 도움을 준다.
음성없는 효과음 사운드 역시 잘 만들어졌다. 화려하지않고 또 너무 어둡지 않은 일러스트에 맞는 사운드가 소름을 돋게 만든다.
물론 모든 일러스트에 어울리는 사운드라고 하긴 어렵지만 시체를 끄는 소리, 영적 존재의 등장, 칼로 찔리는 장면, 죽음과 같은 긴박한 상황에 맞는 사운드는 꽤나 소름 돋게 만든다.


산으로 가는 스토리가 아쉽다
공포가 배가될 때쯤 스토리가 조금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신 하야리가미의 경우 1개의 블라인드맨 스토리 외에 어떤 루트에 따라 스토리가 변화한다.
즉 여러 개의 도시괴담 스토리가 엉켜있기 때문에 하나하나의 이야기는 조금 허무하게 끝날 때가 많다.
블라인드맨, 악령, 제물, 팬데믹, 사취, 세뇌, 기생충, 인형, 비밀 클럽 편 등으로 나눠져 있는데 10여 가지의 루트 중 딱히 기억에 남는다거나 긴장감을 유지하게 해준 루트는 찾기 힘들다.
이토 준지의 공포 만화도 단편적인 작품들은 결말이 아쉽다. 하지만 소용돌이, 토미에 등과 같은 임팩트 있는 작품들이 있는데 신 하야리가미에선 찾기 어렵다.
메인 스토리가 되는 블라인드맨을 마친 뒤 다음 시나리오로 넘어갈 때마다 인간관계가 급변하고 리셋되는 연속성 없는 모습 역시 아쉬웠다.

일본에서 혹평, 국내에선 호평
국내에서 하야리가미 라는 작품은 한글화로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최초로 한글화로 발표한 신 하야리가미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하야리가미 답지 않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개인적으로 하야리가미 시리즈가 일본판이라 해보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하지만 과학적 혹은 오컬트적 관점 두 가지의 수사 방법을 이용한 형사물로서 재미를 느꼈던 기존 팬들은
고어, 호러물로 바뀐 모습에 반발이 컸다고 한다. 한번 언급한 것과 같이 연속성(개연성)의 문제 역시 전작과 판이하다는 평가와 함께 혹평을 받았다.
현재 PS VITA, PS4가 없어도 모바일로 다운받아 즐길수 있으니 텍스트형 공포게임을 접하지 못했다면 강력 추천한다.